교육자료

사례 탐구를 통한 쪼개기 출판의 이해

작성일
2017-06-0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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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복게재의 한 유형으로서 쪼개기 출판은 보통 salami slicing, SPU(the smallest publishable unit, least or minimum publishable unit)라고도 불린다. 이하에서는 쪼개기 출판에 대해 보다 분명히 이해하기 위해, 쪼개기 출판과 관련된 몇 가지 사례에 대한 학술지 편집인의 해석을 소개하고자 한다.1)

 American Journal of Speech-Language Pathology(미국 음성언어 병리학 저널)의 편집자인 Hoit에 의하면, 이 학술지에 투고된 논문을 검토할 때 “출판될 수 있는 최소한의 단위”(least publishable unit) 기준에 부합되거나 넘어서는가를 확인한다. 즉, 이 원고가 출판하기에 타당한 새로운 데이터, 지식, 혹은 통찰력을 갖고 있는가?를 확인한다. 다음에서 제시한 몇 가지 사례에 대한 그녀의 해석을 살펴보자.


 시나리오1: 최근에 한 연구자가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 근거하여 두 편의 논문 초고를 썼다. 하나는 박사학위 논문의 관련 문헌 검토(literature review)를 활용하여 Tutorial로 투고했고, 다른 하나는 연구 결과를 적절하게 포함한 연구 논문(research article)로 투고했다. 이 두 초고는 출판 가능한 것인가?
▶ 이 경우, 연구 논문은 출판 가능하지만 Tutorial은 출판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Tutorial에서 다시 사용하고 있는 관련 문헌 검토는 보다 더 짧게 요약하여, 해당 연구의 배경이나 정당화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연구 논문 초고로 통합되어야 한다.


 시나리오2: 한 연구자가 새로운 연구를 착수하였고, 그 연구 과정에서 데이터 수집을 위한 이전의 도구(instruments)보다 더 정확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하게 되었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새로운 도구를 설명하는 부분을 포함시켜 Research Note로 투고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연구가 완성되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또 다른 논문 초고를 투고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이 두 개의 초고는 출판 가능한가?
▶ 이 경우, 모두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새로운 도구는 해당 연구의 질문 중 일부가 아니었고 단지 연구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도움을 주는 수단(tool)이다. Research Note에 소개함으로써 새로운 도구는 상세하게 기술될 수 있고 다른 연구자들은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 해당 연구에 대한 두 번째 초고를 썼을 때 저자는 그 도구에 대한 일반적인 서술을 제공할 수 있고 보다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출판된 Research Note를 참조하도록 언급할 수 있다.


 시나리오3: 한 연구자가 뇌-행동 관계와 관련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3개의 참여 집단에 대해 데이터를 수집하였는데, 두 개의 집단은 실어증(aphasia)에 대한 다른 유형이고, 나머지 한 집단은 건강한 통제 집단이다. 해당 연구가 끝났을 때, 두 개의 논문 초고를 작성하였는데, 하나는 실어증의 한 유형(건강한 통제 집단과의 비교를 함)에 근거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실어증의 다른 유형(건강한 통제 집단과의 비교를 함)에 토대를 두었다. 이 두 개의 초고는 출판 가능한가?
▶ 이 경우, 두 개의 초고는 출판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해당 연구는 하나의 가설에 의해 설계되어 연구가 시작된 것으로 보이므로 하나의 완성된 묶음(a complete package)으로 독자에게 제시되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논문 쪼개기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즉, 논문 쪼개기는 하나의 포괄적인 논문(one comprehensive article)이 훨씬 더 적절한 경우에도 출판을 위해 한 덩어리의 데이터(a body of data)를 보다 작은 것으로 나누는 관행을 말한다.2)

 만일 연구자가 동일한 연구를 토대로 하여 여러 논문을 발표하고자 한다면, 이에 대한 타당한 근거를 정직하게 제시하여야 쪼개기 논문에 대한 의혹을 받지 않을 것이다. 즉, 투고 논문을 제출하기 전에 커버레터나 다른 방법을 활용하여 중복성을 반드시 출판사 편집인에게 알리고 투고 논문에 활용된 동일하거나 관련성이 매우 높은 데이터가 다른 곳에서도 사용되었는지를 투고 논문 내에 밝혀야 한다. 쪼개기 출판은 결국 독자에게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정보나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빈약한 정보를 담고 있을 때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연구자로서 연구의 양도 중요하지만 학술적 가치나 의미를 담지 않고 단지 편 수 늘리기를 위한 논문 게재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1) Jeannette D. Hoit, “Salami Science,” American Journal of Speech-Language Pathology, Vol. 16, May, 2007(DOI:10.1044/1058-0360(2007/013).

2) C. J. Laitman & L. F. Rikkers, Politics in surgical publishing, British Journal of Surgery, 87, 1284-1286, 2000.



글 : 이인재(서울교육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