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연구윤리FAQ)

일반적 지식은 출처 표기 없이 활용해도 표절이 아닌가?

작성일
2017-05-29 18:23
조회
3512

[기획연재] 바람직한 연구윤리 문화 확립을 위한 기획 연재
"Q&A를 통한 표절 따라잡기"
일반적 지식은 출처 표기 없이 활용해도 표절이 아닌가? 그렇다면 일반적 지식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표절은 일반적 지식(common knowledge)이 아닌 타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고유한 연구 성과(어휘나 문장, 그림, 사진, 표 등)를 출처를 표기하지 않고 활용함으로써 제3자에게 마치 자신의 것처럼 할 때 성립한다. 따라서 일반적 지식에 대해서는 출처를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 말하는 일반적 지식이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확립된 사실(established facts)로서, 이것들은 다시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또는 알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는) 지식”과, “어떤 분야의 학문 공동체 안에서 모든 학자들이 알고 있는(역시 이 경우에도, 알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는) 지식”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두 가지 모두 일반적 지식으로 인정되어 출처를 표시하지 않더라도 표절에 해당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 “광복절은 8월 15일이다” 등과 같은 사실들은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아는 일반적 지식에 해당하고, ‘만유인력의 법칙’이나 ‘상대성이론의 공식’ 등은 특정 학문 공동체의 일반적 지식에 해당한다.



모든 사람들이 아는 일반적 지식뿐만 아니라, 특정 분야의 지식이 사용되는 특정 학문 공동체의 모든 학자들이 알고 있는 지식(교과서에 실리는 수준의 지식)은 그 분야의 저작물에서는 출처표시 없이 사용해도 표절이 아니다(물리학계의 일반적인 지식을 물리학 학술지에 사용하는 경우 등). 그렇지만 자신이 쓰고자 하는 내용이 일반적 지식인지 아닌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을 때는 반드시 인용을 하고 출처를 밝히는 것이 좋다(When in doubt, cite the source). 그러나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출처표시가 반드시 필요함을 유의해야 한다. 첫째, 일반 지식에 해당하는 사실 자체는 출처표기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 사실에 대하여 누군가의 의견이나 해석이 포함되어 있을 때는 반드시 출처표기를 해야 한다. 예를들면, 특정 국가의 면적, 인구, 민족 구성, 종교, 주요 자원, 언어 등 누구에게나 객관적으로 동일하게 알려진 사실적 내용은 출처표기 없이 사용해도 표절이 아니지만, 여기에 특정한 연구자의 생각이나 평가가 포함된 자료나 정보를 활용할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표기해야 표절의 의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둘째, 단순히 사실 관계를 다루는 신문기사를 인용할 때는 출처표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즉, 기상 상황, 사건 사고 등 사실에 대한 단순 정보인 경우처럼 누가 정리하더라도 결과가 비슷하다면 출처표기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같은 사실 관계라도, 어떤 기자가 자신의 분석이나 전문가의 견해를 가미하여 사건을 재구성한 경우에는 그 기자의 고유한 관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출처표기가 필요하다. 또한 필자의 고유한 견해가 중심이 되는 논설, 칼럼 등을 활용할 경우에도 반드시 출처표기가 필요하다.



일반적 지식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1)




학문적인 글쓰기(academic writing)에서 필자는 자신이 획득한 모든 지식 정보의 출처에 대해 인용 표시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일반적 지식(common knowledge)에 해당한다고 생각되는 정보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일반적 지식이란 어떤 공동체 안에서, 구성원들 사이에 공유되고 있다고 추정되는 지식이다. 그 공동체는 대학, 연구기관, 학문분야, 도시, 국가, 민족, 인종, 종교집단, 심지어는 동양 또는 서양 등으로 다양할 수 있다. 일반적 지식은 특정 공동체의 범위 안에서만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공동체 밖의 사람들에게는 일반적 지식이 아닐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공동체 안에서는 일반적 지식에 해당하기 때문에 인용 표시를 밝힐 필요가 없는 반면에, 그것이 공동체 외부의 사람에게는 표절로 보일 수 있다. 이때 적용되는 기준은, 인용 표시를 덜 하는 것보다는 과도하게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의심스럽다면 인용 표시를 하라.”(When in doubt, cite.) 일반적 지식에 해당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범주가 있다. 하나는 역사적 사실이나 날짜(historical dates and facts). 다른 하나는 어떤 학문분야에서 확립된 원리(established principles in a field) 같은 것들이다.



1. 역사적 사실이나 날짜의 사례들


역사적 사실이나 날짜는, 원래 그 사실을 잘 모르던 사람이라도 누구나 찾아보면 쉽게 확인될 수 있고, 논쟁의 여지가 없으며, 오랫동안 잘 변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는다.



① “링컨은 미국의 16대 대통령이다.”: 많은 미국인들은 링컨이 정확하게 ‘16대’ 대통령인지 아닌지 잘 모른다. 많은 외국인들은 링컨이라는 사람 자체를 모른다. 그럼에도 이 진술은 일반적 지식이다.



②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 많은 외국인들은 대한민국이나 서울을 전혀 모르지만, 이 진술은 일반적 지식이다.



①과 ②는 정확한 역사적, 지리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낯선 정보이지만, 그들도 쉽게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사실이기 때문에 일반적 지식에 해당한다.



③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구조는 유교 정치사상에 기반을 둔 15세기 조선의 도시계획과 건축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사실’이기보다는 ‘의견’에 가깝기 때문에, 인용 표시가 필요하다.



④ “서울의 인구는 약 천만 명에 달한다.”: 이것은 일반적 지식에 해당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진술에 대해 합의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⑤ “2015년 1월 1일 현재, 서울의 인구는 998만 9876명이다.”: 이것은 수치의 정확한 출처가 확인되어야 하기 때문에, 인용 표시가 필요하다.



⑥ “이스라엘의 수도는 예루살렘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의 공식적인 수도를 예루살렘이라고 명문화하고 있으나, 예루살렘은 국제법상으로는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으며, 이스라엘의 실질적인 수도는 텔아비브이다. 이 경우를 ‘논쟁적인 사실’(fact open to contention)이라고 하는데, 논쟁적인 사실은 일반적 지식이 아니다. 따라서 이 진술에 대해서는 인용 표시가 필요하다.



자세한 통계 수치나, 내용이 변할 수 있는 자료, 또는 논쟁적인 사실 등에 대해서는 반드시 인용 표시를 해야 한다.



2. 학문분야에서 확립된 원리의 사례들


의사들이 의학 논문을 쓸 때, 그들이 인간 신체의 해부학적 용어들에 대해, 또는 질병들의 병리학적 특징들에 대해 인용 표시를 할 필요가 없다. 의학 논문을 읽는 사람들은 그 논문에 나오는 사항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을 갖춘 의사들이라고 가정되기 때문이다. 의사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선 지식임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이 기본적인 지식을 일반적 지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어학 분야의 학자들 사이에서 ‘명사’, ‘동사’, ‘형용사’ 등의 정의를 밝히거나 그에 따르는 인용 표시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것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정의를 내리고자 한다면 인용 표시를 해야 한다.



일반적 지식에 해당하는 사실 자체는 인용 표시가 필요하지 않지만, 그 사실에 대한 누군가의 의견(opinion)이나 해석(interpretation)은, 그 사람만의 견해이므로 인용 표시가 필요하다. 사실 자체는 인용 표시가 필요하지 않지만, 어떤 사람의 머리속에서 나온 생각(idea)에 대해서는 인용 표시가 필요한 것이다.



역사학에서 “영국의 체임벌린 수상이 히틀러와 뮌헨 협정을 맺을 필요가 없었다.”는 진술은, 비록 많은 학자들이 그 생각이나 의견에 동의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역사학자의 의견이므로 인용 표시가 필요하다. 반면에 “문화는 인간이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을 제공한다.”는 진술은 인류학자들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합의된(또는 합의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 의견이므로, 일반적 지식에 해당한다.



3. 시대와 상황에 따라 일반적 지식이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링컨 대통령의 연설 중에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라는 표현이나,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 연설 중에서 “국가가 당신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요구하기 전에,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부분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격언 또는 명언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따로 인용 표시가 필요하지 않은 일반적 지식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아직 세상에 널리 알려진 상식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인용 표시가 필요하다. 물론 수십 년 후에 오바마의 연설 가운데 일부분이 격언 또는 명언의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면 그때는 일반적 지식이 된다. 반면에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진 명언이라도, “링컨의 연설문 스타일 연구” 또는 “케네디 취임 연설의 역사적 배경” 등과 같은 전문적인 논문을 작성할 때에는, 언제 어느 연설의, 어느 문장을 다룰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기 위해 인용 표시가 필요하다.



참고자료:
Harvard college writing center, “The Exception: Common Knowledge” in Harvard Guide to Using Sources. Accessed on Jan 9, 2015, http://isites.harvard.edu/icb/icb.do?keyword=k70847&pageid=icb.page34205 (검색일: 2014년 12월 9일)
Foundations in Area Studies for Translators, University of Tampere, Finland. “Common Knowledge in Academic Writing” in Examples of Different Types of MLA Citations. Last updated October 26, 2011.
http://www15.uta.fi/FAST/PK6/REF/commknow.html (검색일: 2015년 11월 29일)







1) 이인재, 『연구윤리의 이해와 실천』, 서울:동문사, 2015, pp. 337-340.


글 : 이인재(서울교육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