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연구윤리FAQ)

표절은 무엇이며, 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작성일
2017-05-25 11:57
조회
6356

[기획연재] 바람직한 연구윤리 문화 확립을 위한 기획 연재
Q&A를 통한 표절 따라잡기"
표절은 무엇이며, 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우리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교수, 연구자, 학생, 정치인, 작가, 연예인들의 표절에 관한 뉴스를 심심치 않게 듣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표절이라는 말은 더 이상 생소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표절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아예 무관심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막상 자신이 표절 문제에 휘말렸을 때에야 표절이 무엇인지, 표절 판정은 어떤 근거로 해서 내려지는지, 표절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궁금해 하곤 한다. 잘 알려져 있듯이, 표절은 위조, 변조와 함께 연구자들이 해서는 안 되는 대표적인 연구부정행위(research misconduct) 중의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대학(원)생이 과제의 리포트나 학위 논문을 쓸 때 또는 교수나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 성과를 학회의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거나 학술지에 논문으로 게재할 때(publish) 직면하는 연구윤리의 대표적인 영역이 바로 표절이다.



그렇다면 표절은 무엇인가? 표절이라는 말 속에 담긴 뜻을 파악해 보면 표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표절은 한자로 剽竊이라고 쓰는데, 이는 ‘겁박할 표(剽)’와 훔칠 절(竊)이 합쳐진 것이다. 즉, 표절은 위협하고 훔치고 빼앗는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바, 오늘날 국어사전을 보면 표절을 “시나 글, 노래 따위를 지을 때에 남의 작품의 일부를 몰래 따다 씀”1) 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 남의 글을 훔쳐 쓰는 도둑이라는 뜻을 가진 슬갑도적(膝甲盜賊)이라는 말이 이수광이 쓴 『지봉유설』에 있는데, 이는 양반집에 들어간 도적이 ‘슬갑’이라는 하의를 훔쳤으나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몰라 머리에 쓰고 다녔다는 이야기에서 나온다.2) 한마디로 슬갑도적이란 글 도둑과 무식함이라는 뜻이 합쳐진 것으로 다른 사람의 글을 훔쳐 잘못 사용하여3) 낭패를 당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표절의 영어 단어 plagiarism이란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하면서 그것을 자신의 것처럼 행세하는 것(passing off)을 말한다. 이 말은 ‘납치자’(kidnapper)를 뜻하는 라틴 단어 ‘Plagiarius’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고, 또 다른 어원은 ‘비뚤어진’, ‘기만적인’ 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plagios’에서 찾아볼 수 있다.4) 한자어와 영어의 표절이라는 말 속에 담긴 공통점은 무엇인가 남의 아이디어나 글을 몰래 훔치거나 빼앗을 뿐만 아니라 그 훔치고 빼앗은 것을 자신의 것이라고 은근히 속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다만 훔치는 대상이 구체적인 물건이 아닌 타인의 생각이나 글과 같은 ‘정신적 산물’(brain child)이라는 점에서 표절은 단순한 절도가 아닌 ‘지적 절도(intellectual thievery)’로 간주되고 있다.5)



최근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속이기(cheating)와 표절을 포함하여 부정직함(dishonesty)을 금지하는 행위 규범(codes of honor or conduct)을 제정하여 운영하거나 학습과 연구에서의 진실성(academic integrity)을 강조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연구자라면 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연구자로서 지켜야 할 규칙이나 규범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며, 표절이 불러올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그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만약 누군가가 타인의 저작물을 출처를 표기하지 않고 사용했다면, 그것이 정직한 실수(an honest mistake)였다 할지라도 기만적인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따라서 표절이 무엇이며, 활용한 자료에 대해서는 어떻게 인용하고 출처를 밝혀야 하는지를 제대로 아는 것이 글을 쓸 때 직면하는 어려움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1) 네이버 국어사전

2) 남형두, 『표절론』, 서울: 현암사, 2015,

3) 임철순, “슬갑도적”, 이투데이, 2015. 6. 24. 14면 오피니언.

4) Reader’s Digest Great Encyclopedic Dictionary, 1031.

5) 이인재, 『연구윤리의 이해와 실천』, 서울:동문사, 2015, p. 224.




글 : 이인재(서울교육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