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연구윤리FAQ)

“학술적 상황에 어울리는 표현이 따로 있어요?”

작성일
2022-08-25 17:27
조회
394
여러분은 공식적인 행사에 ‘정장슬리퍼 차림으로 참석했거나 주변에서 그런 차림으로 온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아마 거의 없을 거예요. 격식 있는 자리에 걸맞은 차림은 상식이자 관행으로 여겨지니까요.

 

물론 어떤 사람이 ‘나는 자유분방한 사람이니까......’라고 생각하고 편안한 복장으로 공식적인 자리에 나타난다고 해서 위법도 불법도 아닙니다. 다만 격식성이 결여되어보이고 그 자리의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남기는 부작용은 감수해야겠지요.

 

학술적인 상황에서 어떤 언어를 선택하여 사용할까에 대한 문제도 위와 마찬가지입니다. 학술적인 상황과 친구와의 대화 상황에서 쓰이는 표현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어떨까요?

 

(1) 학술대회1


사회자 : 지금부터 김주미 님의 발표를 들어보겠습니다.


발표자 : 여러분, 반가워요. 오늘 발표 맡은 김주미인데요.


저는 오늘 ‘청소년 알바 실태 문제점’...... 이거에 대해 가지구 발표할게요.


 

(2) 학술대회2


사회자 : 지금부터 김주미 님의 발표를 들어보겠습니다.


발표자 :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발표를 맡은 김주미입니다.


저는 오늘 ‘청소년 아르바이트 실태 문제점’에 대해 발표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이라면 (1)과 (2) 중에서 어떤 발표자가 되시겠습니까? 만약 (2)라고 답하신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1)에서 (2)는 어떤 점이 달라진 것인지 유심히 살펴보세요.

한편 다음의 (3)은 친구와의 대화 상황입니다. 친구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자연스러운가요? 만약 ‘나’의 답변이 어색하다고 느껴진다면 어떤 점이 그러한지 찾아보세요.

 

(3) 친구와의 대화1


친구 : 너 이번 방학 때 뭐 할 거야?


나 : 내가 이번 방학 때 무엇을 할 것인지 언급해고자 해.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어. 첫 번째는 학원을 다니는 것이고 두 번째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어.


 

(3)에서 ‘나’의 전달 내용에는 문제가 전혀 없지요? 그런데도 밑줄 친 부분이 왠지 거슬리지 않았나요? 아마도 친구와의 대화라면 아래 (4)에 더 가깝겠지요.

 

(4) 친구와의 대화2


친구 : 너 이번 방학 때 뭐 할 거야?


나 : 글쎄......이번 방학 때 뭐 할 거냐면 아마 학원 다니고 아르바이트 하지 않을까 싶어.


 

이상의 사례들이 ‘학술적 상황에 어울리는 한국어’가 있음을 잘 보여주었나요? 그럼 학술적 상황에서 쓰이는 한국어 표현에 어떤 것이 있는지 정리해볼까요? 학생들이 자주 실수하거나 혼동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알아보겠습니다.

 

학생들이 자주 혼동하는 학술적 상황의 한국어 표현


 

학술적 상황에서 축약 및 생략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예) ‘근데’는 ‘그런데’로, ‘분석해 봤다’는 ‘분석해 보았다’로 표현한다.


학술적 상황에서는 구어에서 흔히 나타나는 ‘조사 생략’도 하지 않는다.


 

학술적 상황 특히 논문을 작성할 때 필자 자신을 또는 로 가리키지 않는다.

예) ‘이 글에서는’, ‘이 논의에서는’, ‘이 연구에서는’, ‘본고에서는’과 같은 표현이 자주 사용된다.


 

학술적 상황에서 문장의 종결은 ‘~해요보다는 ‘~합니다또는 ‘~한다와 같은 표현이 적절하다.

예) 발표할 때는 ‘~고자 합니다.’, ‘~겠습니다’와 같이 평소보다 말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정중한 표현을 선택한다.


예) 논문을 쓸 때는 ‘~한다’, ‘~을 것이다’와 같이 신문이나 단행본에서 널리 쓰이는 서술체가 적절하다.



어떤 논저나 참고문헌을 가리킬 때 저자를 높이지 않는다.

예) ‘이윤진 교수님(2020)께서는~ 라고 말씀하다’와 같이 존대를 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특히 논문에서 인용을 할 때 ‘이윤진(2020)에서는~’[이윤진 이천이십에서는~]과 같이 간결하게 표현한다.


 

이윤진 | 『논문 작성 연습』 저자, 안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