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연구윤리FAQ)

[중복게재] 중복게재의 한 유형으로서 쪼개기 출판은 무엇인가?

중복게재
작성일
2017-05-30 17:58
조회
5009

[기획연재] 바람직한 연구윤리 문화 확립을 위한 기획 연재
"Q&A를 통한 중복게재 따라잡기"
중복게재의 한 유형으로서 쪼개기 출판은 무엇인가?


 쪼개기 출판(fragmented publication, salami slicing)은 일련의 연구를 수행한 후, 최소 출판 단위(least publishable unit, LPU)로 나누어 두 편 이상으로 출판하는 것이다. 여기서 salami는 이태리식 소시지인데 보통 얇게 썰어서 각종 요리에 쓰인다. 이처럼 하나의 연구 결과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서 여러 개의 논문을 작성하는 것을 salami technique라고 한다.1)


 이 쪼개기 출판에는 연구 대상을 쪼개는 경우와 연구 결과를 쪼개는 경우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두 가지 모두 쪼개기가 반드시 필요한지 의문이 되는 경우이다. 전자는 한 번에 수행한 자료 중 연구 대상의 일부를 잘라내어 출판하는 것으로, 결과는 같을 수도 있고 가설이 다른 경우 다를 수 있다. 후자는 한 번에 수행한 자료 중 가설이나 방법을 모두 다르게 하여 나누어 출판하는 경우로 결과는 가설이 다르므로 대개는 다르지만 유사할 수도 있다.


 쪼개기 출판은 하나의 논문으로 발표해야 논리적으로든 내용의 완성도든 의미가 있는 데, 업적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고의로 여러 논문으로 나누어 게재한 경우로서 옳지 않다. 그러나 어떤 논문의 경우 한 편의 논문 안에서 모든 논의를 체계적으로 할 수 없을 때 학술지의 편집인과 상의하여 시리즈 논문을 낼 수 있는데, 이 경우는 쪼개기 논문이라고 볼 수 없다.


 “논문을 많이 발표하지 않으면 사라지게 된다(publish or perish)”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연구자가 얼마나 많은 논문을 발표했는가는 임용, 승진, 정년보장, 연구비 수주 등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된다. 학술지가 점점 증가하고, 한 논문이 차지하는 페이지가 줄고, 공동 저자의 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논문을 양적으로 많이 출판하려는 것이 널리 확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가장 작은 크기의 출판 단위(the smallest/least/minimum publishable unit 또는 SPU2))라고 말할 수 있는 논문을 학술지에 투고하는 것은 자주 발생하곤 한다.


 쪼개기 출판은 하나의 연구 결과를 가지고 여러 편의 논문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말한다. a, b, c 세 개의 렌즈의 성질을 비교하는 한 연구를 예로 들어 보자. 한 논문에서는 a, b를, 다른 논문에서는 b와 c를 비교하는 결과를 출판하는 것이다. 이것은 유용한 접근인가? 그렇지 않다. 만일 독자가 자신이 읽는 연구 결과가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는 데이터로부터 왔다고 믿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 연구 자료를 왜곡하게 된다. 체계적인 리뷰나 메타 분석에서 어떤 데이터는 과도하게 제시될 수 있다. 즉, 렌즈 a와 b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제시한 하나의 논문과 렌즈 b와 c로부터 나온 데이터를 제시한 다른 논문이 메타 분석 포함된다면, b로부터 나온 데이터는 두 번 포함되고 그 결과를 왜곡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서 이러한 논문들은 방법론 전체를 기술한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단지 렌즈 a와 b, 그리고 렌즈 b와 c가 평가된 것만을 제시하게 된다. 이는 편집자, 심사자, 독자에게 완전한 방법론이 제시되지 않아 활용되지 못함을 의미한다.


 Mojon-Azzi와 Mojon가 논문 쪼개기가 과학적 부정의 한 형태라고 언급한 것처럼, 쪼개기 논문은 분명 바람직한 출판 행위가 아니다. 그러나 쪼개기 논문 중에는 이전의 연구에 대해 출처를 밝히고 있는 것도 있다. 이는 저자가 의도적으로 속이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이전에 발표된 논문과 관련이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정확하게 언급하면서 이전에 비해 학술적으로 의미 있고, 명백하게 다른 내용을 가진 것을 발표한다면 이는 수용할 수 있는 학술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1) 이인재, 『연구윤리의 이해와 실천』, 서울:동문사, 2015, p. 266.
2) Wikipedia에서는 이 용어가 종종 논문의 질을 희생시켜 출판의 양을 가장 최대한으로 늘리려는 전략으로서 때때로 경멸하는 뜻으로 사용되곤 한다고 말한다.


글 : 이인재(서울교육대학교 교수)